좁은 폭을, 길이로 풀다
처음 현장은 ‘폭’이 문제였습니다. 도로에 면한 1층 49㎡ 상가는 입구만 넓고 안으로 갈수록 좁고 깊은, 전형적인 협소 평면이었습니다. 게다가 상업용으로 나뉜 가벽이 깊은 안쪽을 토막 내 빛도 동선도 거기서 끊겼습니다. 의뢰의 핵심은 평수를 키우는 게 아니라 좁은 폭을 길이의 장점으로 뒤집는 것이었고, 그래서 면적이 아니라 한 줄의 흐름에서 출발했습니다.
먼저 안쪽을 막던 가벽을 걷어 입구–거실–주방–침실로 이어지는 한 줄 동선을 세우고, 구조 변경이 닿는 벽은 스틸 프레임으로 받쳐 막힘 없이 시선을 끝까지 흘렸습니다. 바탕은 도심 상가의 골조를 그대로 드러낸 노출 석재 벽으로 두고, 가구·수납과 창호 라인은 직선 결이 분명한 우드(오크)로 묶어, 돌·철·나무 세 물성이 좁은 공간 안에서 위계를 갖도록 했습니다.
협소 공간에서 가장 위험한 건 수납을 벽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벽을 세울수록 폭은 더 좁아 보입니다. 그래서 수납은 스틸 선반과 천장 가까이로 올려 바닥 폭을 비웠고, 사람 키 아래 시야는 끝까지 트이게 남겼습니다. 같은 49㎡라도 ‘끝이 보이는’ 공간이 더 넓게 읽힙니다.
상가를 주택으로 — 무엇을 먼저 보나
상업 공간을 주거처럼 쓰는 리모델링은 마감보다 먼저 구조와 용도의 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내력벽인지 가벽인지, 단열·층간 방음·환기·채광이 주거 기준에 맞는지, 그리고 실제 용도 변경·인허가가 가능한 입지인지가 전체 일정과 비용을 좌우합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철거 가능한 가벽 위주의 구획이라 구조 변경의 여지가 컸지만, 모든 현장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래 배분은 협소·구조 변경 프로젝트의 일이 어디로 몰리는지를 보여주는 예시 비중입니다. 실제 금액·비율은 구조 조건·인허가·자재 등급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단정하지 않으며, 총예산은 미확보(예시)로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