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테라코타·라임워시·오크였나
처음 현장에 들어섰을 때 가장 강했던 인상은 ‘차가움’이었습니다. 30년 된 복도식 아파트 특유의 어두운 거실, 매끈하지만 표정 없는 화이트 벽, 광택 도는 강마루. 의뢰의 핵심은 평수를 넓히는 게 아니라 들어섰을 때의 온도를 바꾸는 것이었고, 그래서 색이 아니라 물성에서 출발했습니다.
바닥에는 무광 점토색 테라코타 타일을 깔아 빛을 흡수하는 따뜻한 바탕을 만들고, 벽은 균질한 페인트 대신 라임워시로 칠해 시간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얼룩진 질감을 남겼습니다. 가구와 창호 라인은 직선 결이 분명한 오크 무늬목으로 묶어, 흙·석회·나무라는 세 가지 자연 재료가 한 톤 안에서 결을 맞추도록 했습니다.
복도식 구조라 거실 채광이 한쪽으로 치우칩니다. 라임워시의 반광 표면이 들어온 빛을 부드럽게 퍼뜨려, 같은 창으로도 오후의 거실이 한 단계 밝게 읽힙니다. 매끈한 도장 마감이었다면 얻기 어려운 효과였습니다.
예산은 어디로 갔나
전체 예산은 바닥·벽 마감에 가장 크게 배분했습니다. 흙빛 인상을 결정하는 면적이 바로 이 두 곳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욕실 2개 — 방수·배관까지 들어가 단위 면적당 비용이 높은 구역 — 에 무게를 실었고, 주방은 상부장을 줄이고 오크 무늬목 위주로 정리해 비용을 눌렀습니다. 조명·전기는 전체에서 가장 작은 몫이지만, 흙빛 마감을 살리는 따뜻한 색온도 광원에 집중했습니다.
아래 배분은 흙빛 물성을 중심에 둔 프로젝트의 예시 비중입니다. 실제 금액·비율은 현장·자재 등급·견적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단정하지 않습니다.